국내 반도체 업계의 수출시장 전략에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업계는 최근의 반도체 가격 급등락에 대응, 그동안 물량공세 위주의 시장지배전략 대신 고부가가치 중심의 제품 개발과 영업으로 수익성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복안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물량공세 위주의 시장지배 전략이 결국 반도체 가격 하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자 9월부터 긴급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업계는 4·4분기에 연간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달성한다. 덕분에 9∼12월에는 가격 상승세가 뚜렷해진다. 하지만 올해는 어쩐 일인지 9월 들어 D램 주요 품목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가격 하락세를 보이면서 위기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에서 판매까지 기존 전략의 대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MP3와 뮤직폰 제작사인 특정회사와 낸드플래시 장기 공급계약을 맺어왔기 때문에 그동안 제값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특정사에 대거 몰린 낸드플래시 물량을 대만 등의 기타 업체로 다변화한다.
또 삼성전자는 노트북PC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모듈제품인 SSD(Solid State Drive)의 공급선 확대에 나선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세계 2위 컴퓨터 제조사인 미국 델(Dell)사에 SSD를 9월부터 공급하기 시작했다. 노트북PC의 하드디스크를 대체하는 SSD는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10배 가까이 비싸다.
이 같은 제품 고부가가치화 및 해외 영업에는 삼성전자의 황창규 반도체사업부 총괄 사장까지 직접 나서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연구개발(R&D)도 꾸준히 진행해 지난 12일 세계 최초로 68나노급 2기가 D램 개발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반도체시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나중에 나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이는 대용량 반도체 제품을 가장 먼저 개발해 팔고 다음 단계 제품개발에도 가장 먼저 착수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66나노급 2기가 D램을 개발해 이르면 올해 안으로 제품 공급에 들어간다. 또 D램의 물량 공세에서 벗어나 P램과 Z램 등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하이닉스는 아울러 1.2GHz 이상의 스피드를 내는 그래픽D램인 ‘GDDR4’와 함께 영하 40도의 혹한과 영상 80도의 혹서를 견딜 수 있는 프리미엄급 컨슈머 D램 판매 등을 통해 D램 반도체의 고부가가치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부하이텍은 부가가치가 낮은 해외 대형거래처 물량을 억제하는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유치를 통해 수익률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보통 반도체 가격은 외국의 가을 신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11월의 추수감사절, 12월의 크리스마스 때까지 오른다. 그러나 올해는 9월부터 하락세 조짐을 보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